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영화가 형편없습니다. 이미 티켓값을 냈습니다. 남은 한 시간 반 동안 영화관에 앉아 있는 것과 나가는 것 중 어느 쪽이 합리적입니까. 경제학은 명확하게 답합니다. 나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티켓값은 이미 사라진 비용입니다. 그 돈은 영화관을 떠나도 떠나지 않아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남은 선택은 앞으로의 1.5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앉아 있습니다.
매몰 비용 오류가 작동하는 이유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는 이미 회수 불가능하게 지출된 자원이 미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이 오류가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손실 회피입니다. 카네만과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약 2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투자를 중단하면 손실이 확정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계속 진행하면 손실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착각이 비합리적 지속의 기반입니다.
둘째는 일관성 욕구입니다. 처음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심리입니다. 포기는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심리는 기업 환경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이 그 프로젝트를 중단하기 가장 어렵습니다.
셋째는 낭비 회피입니다. “이미 이렇게 투자했는데”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중단해도 이미 쓴 것이 낭비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계속 진행하면 앞으로 쓸 자원까지 낭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낭비를 피하려는 행동이 더 큰 낭비를 만듭니다.
콩코드 오류라고도 불리는 이유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공동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개발 도중 상업적 실패가 명확해졌습니다. 그런데 두 정부는 개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미 수십억 파운드를 투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개발이 완료됐고, 상업 운항이 시작됐고, 예상대로 수익성이 없었습니다. 2003년 운항이 종료될 때까지 적자가 누적됐습니다. The Conversation의 매몰 비용 오류 분석은 이 사례가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매몰 비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상세히 다룹니다.
기업에서 매몰 비용 오류가 만드는 패턴
IT 프로젝트 실패 사례의 상당수가 이 오류와 관련됩니다. 프로젝트 초기에 예산 초과와 일정 지연이 시작됩니다. 이 시점에서 중단을 검토해야 하지만, 이미 투자한 비용이 결정을 막습니다. 계속 진행할수록 매몰 비용이 커지고, 중단 결정이 더 어려워집니다. 끝내 완성됐을 때 시장 환경이 바뀌어 있거나 시스템 자체가 필요 없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 패턴을 끊는 구조적 방법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중단 기준을 명시적으로 설정합니다. “예산이 최초 계획의 150퍼센트를 초과하면 전면 재검토한다”처럼 숫자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매 시점마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라는 논리가 작동합니다.
개인 투자에서의 매몰 비용
주식을 매입한 가격이 현재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전형적인 매몰 비용 오류입니다. “3만원에 샀는데 지금 2만원이니 최소 3만원은 돼야 판다”는 생각입니다. 매입 가격은 시장과 관계없습니다. 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 모르고, 그것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현재 주가가 2만원이라면, 앞으로 이 주식이 오를 것인가를 2만원을 새로 투자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재프레이밍이 실제로 효과적입니다. “지금 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현재 가격에 새로 매입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 질문이 매입 가격이라는 앵커를 제거합니다. 답이 “아니오”라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이유도 없습니다. (The Conversation의 매몰 비용 오류 분석)
매몰 비용 오류를 피하는 실용적 접근
결정을 검토할 때 매몰 비용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을 처음 접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핵심입니다. 과거의 투자, 시간, 감정을 모두 제거하고 지금부터의 선택을 순수하게 평가합니다. (HBR의 매몰 비용 취약성 분석)
이 접근이 어려운 이유는 공개적으로 선언한 결정일수록 더 강하게 고수하려는 경향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결정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거나, 결정을 검토하는 과정을 구조화해서 외부 피드백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혼자 내린 결정을 혼자 검토하면 매몰 비용 오류를 피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전략적 판단 구조) (NBER의 멘탈 어카운팅 원논문)
Richard Thaler의 행동경제학 연구는 매몰 비용 오류를 줄이는 환경 설계(nudge)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HBR의 매몰 비용 취약성 분석는 사람들이 비용을 어떻게 분류하고 처리하는지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합니다. 제도 설계 수준에서 매몰 비용의 영향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NBER의 멘탈 어카운팅 원논문)
언제 포기가 합리적인가
포기가 패배가 아니라 정보 갱신인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선택할 때 알지 못했던 정보가 드러났고, 그 정보가 판단을 바꾸기에 충분하다면 중단이 합리적입니다. 변한 것이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 상태라면, 그것은 매몰 비용 오류의 역방향입니다. “이미 이렇게 오래 버텼으니 이제 포기하겠다”는 것도 합리적 중단이 아닙니다.
합리적 중단의 기준은 미래입니다. 지금부터 이 방향으로 계속 가면 기대값이 양수인가, 파산 위험은 없는가, 더 나은 대안이 있는가. (게임이론적 접근) 이 세 가지가 판단의 기준입니다. 과거에 얼마를 썼는가는 이 판단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조직에서 포기 결정을 쉽게 만드는 구조
개인이 매몰 비용 오류를 피하는 것보다 조직이 이 오류를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프로젝트 승인 단계와 지속 결정 단계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시작을 승인한 사람이 지속 여부도 결정하면 매몰 비용 오류가 구조적으로 발생합니다. 지속 결정을 별도의 독립적인 검토 단계로 분리하고, 가능하면 처음 승인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 검토하게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문서에 중단 조건을 명시하고, 그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동으로 검토 프로세스가 작동하도록 설계합니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감정이 작동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멈추게 합니다. 이 구조가 없으면 매몰 비용 오류는 조직 문화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 그 문화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계속 자원을 투입하면서 성공적인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여력을 소진합니다.
